김해신공항 검증위, 공정성 의심 안받게 하라

김해공항 확장을 백지화하고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려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지자체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한층 더 부산해지고 있다. 오는 8월 말로 예상되는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 힘을 쏟아붓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대구·경북에서는 통합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군위와 의성 간 대립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부울경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방부가 밝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후보지 최종 선정시한은 오는 31일이다. 불과 2주 남짓 남았다.만에 하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입지를 찾지 못하면 동남권 거점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부울경에 가덕도신공항 추진의 명분을 줄 수 있다. 통합신공항 건설이 늦어지는 경우에도 김해공항에 여객과 화물 운송 수요를 뺏기는 것은 물론이고 항공산업 관련 인프라까지 확보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부울경 한 관계자는 최근 열린 민주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김해공항 확장은) 총리실에서 검증하고 있는 안전·환경·소음·수요 등 4개 분과 중 안전과 환경 분야에서 문제가 도드라진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울경 지역 언론에도 지속적으로 총리실 검증위의 확정되지 않은 내부 검토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전해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내부 논의사항이 외부에 유출됐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검증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부울경은 김해신공항 확장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국토부에 대해서도 파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김현미 장관이) 국토부 내부 논리를 답습하면서 우리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공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기간인프라 건설과 관련해 기본 방침을 지키려는 장관을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신공항 사업에는 어떠한 정치적 개입도, 정무적 판단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대규모 국책사업이 정치권력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 돼서는 안된다. 정권이 교체됐다고 국가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국정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다. 부울경은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 압력이 계속되면 발표되는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과정이 불공정하면 그 결과에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부울경은 김해공항 확장 재검증과 관련한 각종 압박을 즉시 멈춰야 한다.

밑천 드러낸 日 독도회고 영상

신순식독도재단 사무총장일본은 일제강점기 독도에서 잠시 강치잡이 한 것을 가지고 향수를 불러 일으키려는 것일까? 일본 외무성 산하 일본국제문제연구소는 독도영유권 근거로 시마네현 오키도 주민의 구술증언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선량하고 인정많은 이시바시 마츠타로(石橋松太郞) 할아버지를 그리는 손녀가 독도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할아버지를 회고하는 회고담 형식으로 편집돼 있다.조부와의 독도 추억을 구술하는 그녀는 1933년생으로 현재 87세 시마네현 오키도에 거주하고 있는 사사키 쥰(佐々木恂)씨이다. 그녀는 이시바시 마츠타로(石橋松太郞)의 외손녀로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강치어업과 제주 해녀를 고용했던 당시 어업 상황을 구술하고 있었다. 그녀는 최근 시마네현 죽도자료관과 오키도 행정사무소에서 할아버지를 찾는다는 TV 사진 광고를 보고 할아버지를 다시 기억하게 됐다고 했다.이 영상에서 주목할 점은 첫째, 시마네현 죽도문제연구회와 오키도 행정사무소가 공영방송을 통해 독도 관련자를 찾고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독도어업권자의 후손 또는 관련자를 찾아 독도어업이 활발했음을 알리려는 의도였지만 독도어업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만약 일본의 주장처럼 독도어업이 활발했었다면 굳이 공영매체를 통해 독도어업 관련자를 찾을 필요가 없다.둘째, 독도어장을 경영한 오키도 쿠미(久見)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사키 쥰씨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독도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독도 어업을 이야기했으나 무시당했고 그녀가 기억하는 독도어업은 해녀 7명을 고용, 집과 재산을 팔아 임금을 지불했다는 등 단편적인 기억들이었다.오키도 어민들의 독도 진출은 1903년 일본정부가 울릉도로 오징어 어민을 이식하기 위해 먼거리 어선 개량사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오키도 오징어 어민들은 울릉도를 왕래하다가 조난사고가 발생했고 조난자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독도 상륙이 이뤄졌다. 1903년 독도가 강치어장임을 확인하자 오키도 어민들은 독도로 진출했고 이 가운데 나카이 요자부로(中井養三郞)라는 어민은 어업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선정부에 어업허가원을 제출하고자 관리들을 찾아다녔다. ‘무주지’라는 이유를 붙여 독도를 일본 시마네현에 불법 편입(1905년)하기 직전까지도 일본 어부들은 독도를 조선 땅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마네 현 총무부 총무과 행정문서 상에는 일본정부가 강치어민 나카이 요자부로를 사주해 일본정부에 영토편입원을 제출하도록 하는 경위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사사키 쥰씨가 기억하는 독도어업은 죽도어렵합자회사가 해체돼 그녀의 할아버지 이시바시 마츠타로(石橋松太郞) 일족에게 독도어업권이 매각되는 시기이다. 이들은 강치가격이 상승하자 1933~1938년 6년간 독도어업을 했고 해녀를 고용해 전복을 채취한 것은 1935년 한 번 뿐이었다. 사사키 슌씨가 기억하는 것처럼 독도어장 경영은 매년 적자였고 집과 땅을 팔아 6년간 어업을 지속했으나 1941년 이후에는 독도에 가지 않았다.일본 오키도는 독도까지의 거리가 울릉도보다 약 1.8배 이상 멀어 왕래가 쉽지 않았고 1910년경 강치가 남획됨으로써 어장으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없었다. 독도는 울릉도에서 가깝고 전복, 소라가 많아 울릉도인들은 매년 왕래하면서 독도어장을 이용했다.일본국제문제연구소가 1897년경부터 오키도어민들이 강치어업을 했다는 영상 자료를 공개했지만 일제강점기, 일본 해군성이 발간한 1920년 일본수로지와, 1933년의 조선연안수로지에는 ‘매년 여름 강치잡이를 위해 울릉도에서 독도로 도래하는자 수십명에 이른다’는 공적인 기록이 남아 있다. 일본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사사키쥰씨가 증언하는 독도어업은 강치가격이 상승한 1933~1938년 6년간의 어업으로 오키도의 독도어업권자 직계가족들에게서만 회자되는 어업이었다.

축제 취소가 능사냐

오용수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관광산업이 가장 심각하다. 항공, 전시·컨벤션 등 연관 산업도 기진맥진한 상태다. 정부에서 맨 먼저 여행업과 공연업에 고용지원금을 제공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 5월의 해외여행은 98%나 감소했지만, 제주, 강원을 위시한 국내여행은 점차 회복되고 있다. 그렇지만 전국 각지의 축제는 연기, 취소를 거듭하고 있다.축제는 원래 종교적 의식과 추수 감사의 의미에서 시작됐으나 점차 주민 단합과 지역경제에 기여하게 됐다.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의 폐허 위에서 음악을 통해 희망을 주고, 다시 일어나자는 취지에서 1947년부터 매년 8월에 열린다. 3천 회를 넘는 공연과 3만 명 이상의 음악인과 관객들이 몰리므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4월 초에 취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아스펜 음악축제는 2주를 연기해 진행하고 있고, 올해 100주년이 되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축소돼 열린다.일본의 하카타 기온 마쓰리는 800년 전 전염병이 돌자 곳곳에 물을 뿌려 병을 막았고, 이를 기념해 매년 7월15일 후쿠오카 시내를 남자들이 샅바차림으로 초대형 인형을 메고 달리는 축제다. 올해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7월부터 하카타역 광장 등에 인형을 전시하며 축제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우리도 1995년부터 정부 주도의 문화관광축제를 통해 지역 특산품과 고유문화를 활용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축제가 전국에 100개도 되지 않았으나, 그해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늘어나 지금은 1천개 가까이 된다. 그런데 코로나가 확산되자 방역을 위해 봄축제들이 연기를 거듭하다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통영 한산대첩축제, 전남 명량대첩축제 등 대부분의 여름축제와 평창 효석문화제 등 가을축제도 취소됐고, 부산영화제, 진주 유등축제는 아직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한편 일부 축제·이벤트는 조심스럽게 열리고 있다. 대구 관악축제는 7월11일 콘서트하우스에서 열렸고, 한차례 연기했던 교향악축제를 7월말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진주, 밀양에서는 공연·예술축제가 7, 8월에 예정대로 열리게 된다. 또 대구와 서울에서 건축박람회가, 실내에서 열렸다. 이밖에 경북 봉화은어축제는 일주일 연기해 8월 초에 개최되고, 청송 사과축제, 포항 별빛축제도 10월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축제 개최 여부는 각기 숙고와 회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같은 음악축제도 어떤 곳은 실내인데도 열고, 다른 곳은 야외라도 취소한다면 얼른 납득이 되질 않는다. 좀 더 고민하면 개최할 수도 있다. 야외 축제는 1~2m 원, 선을 그어 밀접을 피하고, QR코드로 신분을 확인하고, 열 체크 등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실내 공연은 예약자 위주로 한 자리씩 띄어 앉으면 된다. 농산물 축제는 온라인으로 바꾸어 저렴하게 팔고, 요리 방법, 과실주 담그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 된다. 보령 머드축제도 온라인으로 머드를 집에서 바르고 햇볕에 쬐는 차선책도 강구하고 있다.대구의 대표적 축제인 치맥축제 취소는 아쉽다. 접촉을 줄이기 위해 일부 음식점에서 하듯이 테이블을 띄우면 된다. 공연은 TV, 유튜브 등으로 전국에 방영되고, 전국 체인점에서 치맥축제를 벌여 집에서 즐기도록 하자. 오히려 치맥축제의 전국화, 세계화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올해 못 온 이들은 영상을 보며 내년을 기약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구에서 치맥축제가 열리지 않는다면 8, 9월 서울, 부산의 맥주축제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국경일 경축일 기념행사는 물론 시·도의 정기 회의도 반드시 열린다. 모여서 하기 힘들면 온라인이라도 한다. 시·도 행사는 꼭 하고, 축제는 안 해도 된다는 걸까.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축제라면 연기, 축소를 하더라도 거르지 말고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며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쉬/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이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 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하시겄다아”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 매려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쉬」 (문학동네, 2006)효는 근본적인 인과관계다. 원초적이긴 하나 소홀히 하기 쉽다. 부모의 자식사랑은 본능이기 때문에 굳이 강령이나 교리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 내리사랑이라는 말도 같은 뜻이다. 자식사랑은 오히려 제어해야할 정도로 넘치기 십상이다. 반면 그 반대 방향인 효는 실천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효를 윤리의 기본개념으로 삼고 그 실천을 강조한다. 효를 아무리 강조해도 잘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현실은 역설적으로 효를 강조해야 되는 이유다. 갓난애는 기초대사에서 의식주에 이르기까지 전부 부모의 손에 달려 있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분가해 홀로서기 할 때까지도 부모가 죄다 뒷바라지 한다. 독립했다고 영 떠나가는 건 아니다. 부모는 자식이 장성해도 세 살 난 아이 물가에 놓은 것 같은 마음으로 지켜본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획득형질이 아니라 타고난 특성이다. 자식이 필요할 때 부모는 기댈 언덕이지만 부모가 필요할 때 자식은 돌아앉는다. 늙으면 어린아이가 된다. 모든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유아상태로 떨어진다.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정도가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자식이 그 은혜를 되갚아야 할 기회다. 부모는 되갚음을 기대하지도 않고 헌신한다. 하지만 자식은 먼저 받은 시혜마저 잊어버리고 귀찮아한다. 효는 인위적이다. 해난사고로 사망한 남의 집 자식들이나 교통사고로 죽은 생면부지의 애들에 대한 애도는 지극 정성인데 제 부모상은 호상이라며 웃음을 흘리며 성가신 일을 처리한 듯 홀가분해한다. 부모는 개나 고양이만도 못한 신세다. 애완동물을 반려라 하면서 먹이고 씻기고 뉘이고 닦인다. 병들면 기백만 원의 거금을 들여 병원에 데려간다. 그 반면에 부모에게 드는 돈은 기십만 원을 두고 벌벌 떨면서 자식 간 신경전을 벌인다. 사후 유산 다툼으로 머리 터지게 싸우는 모습은 논외다. 부모를 개나 고양이 정도만 취급해줘도 다행이랄까. 우울하고 비참한 세태다. 노래자 일화가 떠오른다. 노래자는 고희에도 부모 스스로 늙었다는 사실을 잊게 해주려고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떨었다. 때로는 일부러 엎어져 마루에 뒹굴면서 애처럼 울기도 했다. 부모는 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애로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모를 즐겁게 해 준 것이다. 그렇게까지 바랄 수야 없겠지만 그 효심의 반만이라도 가져준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환갑지난 아들이 아흔 넘은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뉘면서 어리광부리듯 애정을 보이는 모습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사랑으로 키워낸 아들이 이제 늙은 아버지를 안고 쉬를 뉜다. 아들은 더 오래 붙들어 두고 싶고, 어버지는 안쓰러워 그만 명줄을 놓아버리고 싶다. 우주도 감동한 듯 숨을 죽인다. 오철환(문인)

코로나19 방역, 구멍 없도록 해야

코로나19가 좀체 잡힐 기미가 없다. 오히려 해외 입국 확진자는 두 자릿수를 이어가는 등 숙질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광주 등 지역별 간헐적 집단 발병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은 12일 현재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3일 연속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12일 현재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해외유입 23명을 포함해 44명이 늘었다.당국은 갖가지 코로나19 방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단란주점·노래방 등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시설’에 전자출입명부(QR코드)가 의무화됐다. 그런데 QR코드가 도입 10일도 되지 않아 이를 피하는 각종 ‘꼼수’들이 등장해 방역 당국을 되레 농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QR코드 아이디 빌리기, 단속시간 피해 방문하기 등 당국의 대책을 비웃는 묘책(?)이 만발하고 있다. 아무래도 방패보다는 창이 수가 많은 것 같다.여름 휴가철을 맞아 속속 문을 열고 있는 동해안 등 해수욕장의 방역 관리도 비상이다. 경북 동해안에는 지난 1일 포항지역 해수욕장 6곳을 시작으로 10일 경주 4곳·울진 7곳, 17일 영덕 7곳 등이 순차로 개장한다. 해수욕장은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기 십상이다. 입장 통제와 발열 검사 강화 등을 통해 자칫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또 예년의 2배가량 오래갈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도 또 다른 장애물이다. 취약 계층의 더위 나기가 방역 구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폭염 일수를 평년의 2배인 20~25일로 예상했다. 코로나19와 무더위가 겹쳐 ‘취약계층’의 ‘폭염 나기’가 우려된다. 무더위 쉼터로 활용되던 경로당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대부분 문 닫아 고령자들은 더더욱 갈 곳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취약계층의 여름 나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가장 무서운 적은 거짓말과 방심이다. 확진자가 제대로 동선을 밝히지 않는 바람에 감염 폭발을 경험했지만 아직도 안심할 수 없다. 또한 너무 오랜 기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느슨해진 경계심이 2차 팬데믹을 불러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지자체와 보건 당국은 방역을 비웃는 ‘꼼수’에는 단속을 더욱 옥죄어 추호의 빈틈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방역 당국과 시민들은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는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주민 신고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 방역 당국은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방역 태세를 재점검, 감염 확산 차단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극단적 선택과 남은 과제

충격적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에 전 국민이 무거운 마음으로 주말을 보냈다. 안타까운 사태지만 모두 냉정해져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 돌아봐야 한다. 더 이상 되풀이 되면 안되기 때문이다.그는 명망있는 인권 변호사였다.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하는 등 한국 시민운동을 궤도에 올렸다. 현직 서울시장인 동시에 유력 대선 주자인 그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모두 놀랐다. 곧 이어 그 선택의 이유에 물음표가 달렸다.그는 지난 2017년부터 비서실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8일 경찰에 고소됐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이다.---‘박 전 시장 사건’ 진실규명 요구 목소리박 전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사법 절차로 진상을 규명할 가능성은 일단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진상규명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전 여비서의 고소만으로 성추행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이 고소당한 직후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글을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연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심증은 굳어질 수밖에 없다.박 전 시장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은 국민적 관심사다.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된 공인이기 때문이다.현 단계에서는 경찰이 고소장을 공개할 수도 없다. 다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고소 증거들을 조목조목 모아 시민·사회단체 등 제3자가 고발을 하면 새로운 수사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어떤 방식으로든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전 여비서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자신의 피해와 국민적 의혹을 끝까지 풀려고 할 것이냐, 아니면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심적 부담 때문에 마음을 바꿀 것이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가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사건 발생과 장례 등의 과정에서 분열 양상을 보이는 여론도 문제다. 자칫하면 ‘조국 사태’에서 경험한 국론 양분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일부 네티즌들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람을 찾아내겠다고 나선 것은 정말 어이없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은 고소인도 전혀 예상 못한 난감한 일일 것이다. 미투 사건에서 어렵게 행동에 나선 피해자들이 신상털기 등으로 2차 피해를 입어서는 결코 안된다.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을 절망의 심연으로 몰아 넣지 말아야 한다.정의당 한 국회의원은 피해 여성에게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격려의 글을 남겼다는 이유로 악성 댓글 공격을 받았다. “지금은 고인을 애도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 공격의 취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고인을 애도하는 것에 우선해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을 보호하고 위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서울시가 장례를 ‘서울시장(葬)‘으로 치르는 것도 논란에 휩싸였다. 애도와는 별개의 문제다.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박 전 시장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사람은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요.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게시 이틀만인 12일 현재 ‘동의한다’는 버튼을 누른 사람이 5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선출직 잇단 추문…성인지 감수성 바닥논란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체가 문제다. 장례를 ‘서울시장’으로 결정한 것은 사려깊지 못했다.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앞에 두고 여론이 갈라지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그러나 장례가 끝나면 사실관계는 밝혀야 한다는 것이 다수 국민의 뜻일 것이다. 철저히 팩트에 바탕을 두고 풀어 나가면 된다.최근 몇년 새 여권 시도지사 사이에서 잇따라 터져나오는 성추문은 우리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이 여전히 바닥권이라는 사실의 한 단면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하기조차 민망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원점에서 돌아봐야 한다.

칭찬만 하세요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전 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가 좀체 종식되지 않고 있다. 지역 발생이 좀 뜸하다 싶으면 다른 곳에서 불쑥 나타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니, 정말 이 코로나19가 끝은 있을 것인가. 음압 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보러 들어갈 때면 내내 그런 생각이 머리에서 맴돈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람은 서로 만나서 교류해가며 살아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것이 당면한 현실이다. 다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나름으로 적응하려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그런대로 버텨내고 있다. 이 바이러스와의 대전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생활의 활력소, 웃음이 그리워진다.상상도 못했던 세상을 맞이했지만, 그 나름으로 적응해가며 급변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실망하지 않고 낙천적으로 생활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지인, 그가 보내준 긴 문자가 힘겨운 날에 작은 위안이 된다.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40년간 결혼생활을 한 부부가 있었는데 부인은 40년이 지난 지금 남편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묘사해 보라고 졸랐다. 남편은 그런 부인을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ABCDEFGH & IJK” “아니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 부인이 물었다. 남편은 Adorable(사랑스럽고) Beautiful(아름다우며) Charming(매력적이고) Delightful(애교 있으며) Elegant(우아하고) Fashionable(멋있으며) Gorgeous(대단하고) Happy(함께 있으면 행복하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부인은 남편의 사랑을 새롭게 확인한 것 같아서 무척 기뻤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있는 IJK 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없는 것을 알고 그건 또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남편은 슬쩍 웃음을 띠더니 “I'm Just Kidding!”(나 정말은 농담한 거야!) 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인의 눈꼬리가 올라가는가 싶더니 입에서 느닷없는 한국말이 튀어나왔다.“가, 나, 다, 라, 마, 바” 남편이 뜻을 묻자 "(가)엾은 (남)편 (돌)았네. (라)면이라도 얻어먹으려면 (말)조심해요. (바)보 같으니라고!”우리가 어떻게든 이 시기를 살아내기 위해서는 나름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잘 대비해야 하는데, 아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찌하면 잘 대응할지에 대해 판단이 서지 않고 자료도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병행해서 수업을 듣고, 직장인들도 아프면 집에서 쉬고 또 더러는 재택근무를 해야 하기도 한다. 물건을 사는 것도 온라인을 통한 쇼핑을 즐기는 것이 늘어나는 요즈음,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스스로 잘해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이 자주 대면하지 않는 세상이 돼가다 보니 요즘 부쩍 SNS를 통한 소통이 늘어간다. 그중에는 하루의 피로를 날려주는 상큼한 웃음을 주는 것도 있다. 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이는 더없이 반갑다. 며칠 전 타계한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일게 한다. 지난 5일 향년 92세로 그가 세상을 떠났다. 최근 낙상 사고로 골절상을 입고 로마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오다 숨을 거둔 그는 1928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500여 편이 넘은 영화 음악을 작곡했다. ‘황야의 무법자’ ‘시네마 천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의 주제곡을 만든 모리꼬네, 그는 영화 음악의 거장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7년 제79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야 평생공로상을 받았고,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그의 부고였다. ‘나, 엔니오 모리꼬네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의 부고를 늘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과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모든 이들에게 전합니다. 내가 이런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은 내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중략…// 마지막으로 그러나 누구보다 소중한 아내 마리아에게, 지금까지 우리 부부를 하나로 묶어주었으나 이제는 포기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랑을 다시 전합니다. 당신에 대한 작별 인사가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으랴. 아무리 명예와 장수를 누렸다고 해도 죽음은 언제나 슬프고 힘들 터이다. 모리꼬네는 음악을 “삶이란 감옥에 갇혀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건네는 위로 주 한잔 같은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날마다 나름의 위로 주를 찾아 마시며 담담하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야 하지 않으랴. 주변 사람을 늘 칭찬해 가면서.

나의 이력서/ 김원중

서울대학교를 안 나왔습니다/ 미국 유학도 못 갔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서 살았으니까요/ 기독교 장로도 못 되었습니다/ 일요일도 하루 종일 일했으니까요/ 시골 초등학교만 빼고 중·고등학교, 대학, 대학원/ 12년 꼬박 야간에만 다녔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나를 두고 박사, 교수, 시인이라고 불러줍니다/ 여학교의 단발머리 여학생 제자 천 명/ 영남이공대학의 국어수업 받은 제자 이천 명/ 대구 한의대에서 배운 제자 육백 명/ 포항공대 제자 사천 명이나 되지만/ 지금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청구 푸른마을 4층 아파트/ 우리 집 방구들 위에 혼자 누워서/ 허무한 이력서를 다시 써 봅니다「대구문협대표작선집」(대구문협, 2013) ‘나의 이력서’는 시인이 살아온 역정이자 개인사이다. 누구나 살아오는 동안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기 마련이다. 자랑스러운 일, 아름다운 일도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부끄러운 일, 후회스러운 일도 가슴에 맺혀있다. 험한 세상 살아가면서 남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자괴감에 빠져 자기 신세가 고달파진다. 그러나 자신의 역정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일은 단순히 특정 과거사를 회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때때로 덧없는 상념에 젖곤 한다. 운명에 대한 야속함 또는 막연한 원망이나 허전함이랄까. 시기나 질투에서 째여 나오는 감정이 섞여들 수도 있다. 자신이 원하던 최선의 길로 가지 못했던 데 대한 자책과 원망도 담겨있다.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지 못한 데 대한 후회나 변명이 겹친다. 과거의 불확실한 상상이나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에서 기생하는 과거 사실의 가정이다. 딱 꼬집어 말하긴 곤란하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낮았더라도 세계역사가 달라졌듯이 자신이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인생이 백팔십도 확 달라졌을 것이다. 일류대학교를 졸업하고 세계 명문대학교로 유학도 갔을 것이다. 그랬다면 더 좋은 직장을 얻어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면서 세상에 이름을 떨쳤을 텐데. 더 예쁜 여자와 살면서. 지금 당하는 생활고도 없을 것이고 자신의 인생은 화려한 꽃길일 것이다. 이런 부질없는 상상을 해보면 사주팔자가 원망스럽다. 억울하기도 하지만 자신도 한심스럽다. 한편 다른 생각도 든다. 비록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더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죽도록 노력한다면 운명을 극복할 수 있다. 만사 마음먹기 나름이다.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간다. 개천에서 용 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렵고 혼란한 시대였기에 반칙을 써서 새치기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자력으로 묵묵히 노력해 엘리트코스를 밟아 성공한 사람들이 그래도 대다수다. 결국 모두 자신 탓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이마빡에 꿀밤이라도 한 대 주고 싶다. 실없이 웃고 만다.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디냐. 그런 와중에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나.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난삽하게 살다가 인생을 망친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박사, 교수, 시인으로 불리는 것만 해도 가문의 영광이다. 제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대강 짚어본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을 터이다. 가끔 제자들이 찾아온다. 오늘도 지팡이 짚고 산책길에 나선다. 고희가 되어서야 겨우 인생의 참 뜻을 깨닫는다. 힘든 환경 속에서 역경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주저앉지 않고 주경야독한 끝에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온 역정이다. 아들 딸 낳고 밥 굶지 않으면서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살아온 삶이다. 시인의 담담한 목소리가 따스하고 묵직한 울림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오철환(문인)

아직도 군사정권시대 스포츠특혜냐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최숙현 선수는 관행과 타성에 반발했다. 대가로 꿈과 미래를 포기하고 스스로의 생명을 걸었다. 어려서부터 수영에 재질이 있었고 트라이애슬론이라는 종목에 자질과 체력을 갖춘 데다 자신의 꿈과 미래를 걸어야겠다는 의지까지 강철 같았던 최 선수였다. 스물셋 청춘을 벼랑 끝으로 몰아간 것은 시대착오적인 스포츠계의 폐습이었다. 최 선수가 남긴 유서가 된 일기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최 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한 감독과 팀닥터, 상급자와 동료 선수들은 물론 최 선수가 그들의 폭력과 비위를 고발하고 조사를 요청한 경주시청과 체육회, 경찰 등도 모두 가해자다.‘비 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맞았다’ 이건 조폭들의 세계에서나 쓰는 말이다. 군사정권시대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폭력이 디지털 시대에, 그것도 경주시청이라는 실업팀 내에서 버젓이 행해졌다. 그 폭력사태를 지켜 본 동료 선수들도, 폭력을 참고 견딘 선배 선수들도 가해자들이다. 우리 사회는 어쩌면 ‘체육인이 되려면 그 정도 폭력은 참아내야 한다’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폭력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두 번도 아니고, 해외전지훈련을 가서까지, 해를 거듭하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이런 일이 있었다. 중학교 야구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부모들이 지켜보았다. 감독이 그 중 한 아이를 불러내 야구배트로 때렸다.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가슴은 찢어졌다. 아이가 잘 못하기 때문에 맞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엔 돈봉투를 건네야 했다. 우리 아들을 때리지 말라고, 주전 선수로 끼워 달라고, 잘 가르쳐 달라고... 상납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사실을 다른 어머니를 통해서 들었던 것이다. 최숙현 선수의 어머니도 그런 꼴을 당했다. 감독은 최 선수의 어머니에게 직접 딸의 뺨을 때리라고 지시했다는 거였다. 그런 해괴하고 당돌한 주문을 할 수 있는 체육계가 우리 국민들에게 금메달의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면, 그런 메달이라면 당장 집어쳐라. 이제 체육도 소질과 능력에 따라 하고 그것이 스스로의 즐거움과 보람을 동반하는 자발적 선택이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교육의 목적이고 체육도 그런 교육의 한 과정이어야 당연하다. 폭력과 비리와 금품으로 획득한 메달이라면 당장 팽개쳐야 한다. 우리는 체육계에 지나친 기대를 걸고 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운동이고 무엇보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과정이 스포츠라고 가르치고 배웠다. 그런데 승부에 목숨을 걸고 승리를 위해 심판 매수와 부정선수 만들기, 경기의 승부조작조차 행해지고 있는 것이 스포츠계다. 스포츠에 지나친 포상이 주어지는 것도 재고해 봐야 한다. 체력이 국력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개인의 영예와 팀의 승리가 국력의 상징은 아니다. 정말 씻어야 할 군사시대의 유산이다. 세계타이틀이 걸린 복싱 경기라도 있는 날이면 흑백텔레비전 앞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우리나라 선수를 응원하던 시대가 있었다. 일제에서 해방되고 전쟁을 겪으면서 절대 기아선상에서 해외원조로 배고픔을 해결하던 시대에는 헝그리정신으로 운동을 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 아직도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연금을 주고 협회나 지자체 등에서 따로 포상금을 준다. 여기에다 군복무를 앞둔 남자들에게는 조건에 따라 현역 입대도 면제해준다. 엄청난 혜택은 온갖 비리를 부른다. 모두가 스포츠를 국력의 한 바로미터로 받아들이는 국민 정서가 뒷배가 됐기 때문이다. 스포츠계의 폭력은 메달 뒤에 이런 특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폐습을 만들어왔던 것으로 보인다.이제는 과감히 이런 혜택을 하나씩 정리해 나갈 때다. 그래서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과 금전비리 등 온갖 잡음들을 몰아내고 스포츠를 스포츠로 즐기게 해야 한다.이와 함께 최 선수의 죽음을 최 선수가 죽음으로 항거한 스포츠계의 폭력을 몰아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최 선수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만드는 길이다.

종목별 전국대회 개최 머뭇거리지 말라

올 가을 구미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국체전이 내년 개최로 1년 순연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대회 순연에 따른 후속 대책 마련이 늦어져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특히 전국규모 대회 성적 등을 바탕으로 대학 진학과 실업·프로팀 진출 등을 준비하고 있는 고교 3학년 선수들은 기회를 잃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관계 당국의 기민한 대응이 아쉽다.현실적 대안은 종목별 전국대회 개최다. 전국체전 순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육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회 진행 과정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혼란과 함께 책임문제가 따른다는 것이다. 아직 대회 개최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선수와 학부모들은 46개 종목별 전국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무관중으로 경기로 치르는 동시에 편법이긴 하지만 고3 선수만 참여시켜 참가 인원을 최소화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금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각종 스포츠 대회가 대거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청원이 6개나 올라간 상태다. 운동선수의 경우 졸업연도에 진로를 확정짓지 못하면 재수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자칫 선수생활을 접어야 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된다는 것.대한체육회의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일부 종목은 대회가 열리기도 해 형평성 문제마저 발생하고 있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종목은 그만큼 기회의 문이 좁아진다는 것이다.문화체육부도 전국체전을 순연하는 대신 방역당국을 설득해 각 경기단체가 주관하는 종목별 대회를 치러 나갈 계획이라고 했지만 후속 지침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달 중순까지 종목별 대회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코로나의 고삐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미 각급학교도 등교 개학을 했다. 또 지난달 말 예천에서 개최된 전국 중고육상선수권대회는 철저한 소독과 검진 등을 통해 무난히 대회일정을 마쳤다.완벽한 코로나 차단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대회 참가규모를 줄여서라도 개최하는 것이 맞다. 또 개최할 것이면 조금이라도 빨리 방침을 확정해 선수와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 머뭇거릴수록 혼란만 커진다.정부와 각 지자체는 종목별 대회 개최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비상상황에는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국민 감정법이 우선인 국가, 과연 바람직한가?

김시욱에녹원장일상이 지치기 일쑤다. 계속되는 코로나 확산과 인천국제 공항 정규직화 문제,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 그 어느 하나 시야가 보이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연일 부동산 문제와 청와대 참모 및 정치권 인사들의 다주택 소유를 조명하고 있다. 30℃를 웃도는 무더위 속, 숨 막히는 마스크를 쓴 국민들의 모습이 지쳐가는 현실의 대한민국이 아닐까 싶다. 그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게 없는 듯하다.‘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 의문이 일어난다. 대학시절 정치학 개론서의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의 정치로 구분하는 화석화된 지식이 아니다.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목표로 한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활동이라는 말도 너무 추상적이다. 국가라는 공동체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대립은 필연적 산물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홉스의 말에서 나타나듯 인간은 ‘자연 상태’ 속에서 생존하려는 ‘자기보존욕구’만 남게 된다. 전쟁을 자연 상태의 가장 대표적인 모습으로 본 홉스의 관점에서 인간은 현실이라는 밀림 속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오직 ‘살아야 한다’는 명제 속에서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쟁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 상호간의 계약에 의해 절대적인 주권을 갖는 리바이어던(국가)이 성립한 것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세계에서 약자를 보호하고 평등을 기초로 한 이해관계를 도모하고자 국가에게 주권을 위임한 것이다. 그것은 곧 정치라는 행위를 통해 실현돼야 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힘센 강자를 위한 것이 아닌 약자의 보호와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보호막이 국가이어야 함은 마땅하다.최근 일련의 시사적 문제에 접할 때면 국가라는 의미가 어느새 사라진 듯하다. 정치는 오직 정권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여야와 당리당략적 접근만이 난무하다. ‘국민의 뜻’임을 내세우지만 실상 그 국민은 가상의 국민이자 팬덤화 된 극단적 지지층일 뿐이다. 국가의 존재와 의미를 부정하는 소수 지지계층의 계급화 된 정치체제로의 전환처럼 보인다. 각자의 생각이 우선되며 기존의 법제도나 정치제도를 부정하는 ‘국민 감정법’이 진리로서 받아들이는 현실이다. 총 인구 5천만 명을 넘어선 현재, 수 천 명에도 이르지 못하는 설문 대상자를 기준으로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국가 중요정책 및 당대표, 그리고 대통령 후보자마저 쥐락펴락하는 것 같다.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의 현주소 역시 다르지 않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라는 슬로건아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미국식 청원 시스템 도입으로 시작된 처음의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는 취지도 좋았다. 하지만 최근 국민과의 소통 전략은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 혹은 행정부의 우위적 권력 집중을 도모하는 고도의 전략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소한 개인적 사건으로부터 사법부의 재판결과 그리고 독립적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처벌까지도 청원에 올라오고 있다. 한 달 동안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있을 경우 정부관계장의 답변이 있다는 조건을 두고 있지만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의 장’이란 거창한 명분은 어느새 진영논리와 삼권분립의 기본적 틀을 깬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치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 청와대와 행정부에게 모든 판단을 요구하는 현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분명 무엇이 잘못인가 돌이켜 보아야 할 시점임이 분명하다. 국가란 단순히 행정부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삼권분립은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국가에 대한 명령이자 국민을 위한 정치의 필수불가결한 제도인 것이다. 그럼에도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입법부인 국회 무용론이 대세처럼 흘러가고 있다. 개별 사건마다 판사의 개인 정보가 노출되고 비난의 여론몰이가 반복된다.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들고 있는 검찰 개혁과 사법부 개혁이 오히려 법치주의 자체의 존립과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이 ‘국민 감정법’으로 왜곡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홉스의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혼란과 혁명으로 얼룩져 있었다고 한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강자의 위선과 조작이 판치는 정글과 같은 곳이었고 도덕 윤리는 허울에 지나지 않았다. 살아남으려는 욕구가 그에게 국가의 필요성을 역설하게 한 것이리라. 현실의 불확실성 속에서 분노와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는 우리에게 더더욱 필요한 것은 국가의 중요성과 준법정신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동학대도 범죄, 적극적 112신고를…

이종훈의성경찰서 청문감사관실아동학대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 일환으로 장기 미출석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등이 이어졌다. 그 결과 아동학대 피해 사실들이 밝혀져 많은 아이들이 보호받게 됐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 속에서 고통받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가정 내부에서 이뤄지기에 직접적인 발견이 어렵고, 아동의 자발적인 신고도 어렵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부모의 아동학대를 그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정도라고 가볍게 넘기는 불감증이나 타인의 일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개인주의 의식도 저조한 피해아동 발견율에 한몫하는 것 같다. 학대 유형으로는 신체적·정서적·방임·유기 등 중복적 학대로, 정서학대가 신체학대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서학대란 아동을 대상으로 언어적인 모욕과 정서적인 위협, 감금이나 억제, 기타 가학적인 행위를 가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아동을 벌주기 위해 일부러 잠을 재우지 않는 등 심리적·정신적 폭력을 통한 학대행위를 말한다.정서학대 피해 아동들은 그 피해 흔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신체학대의 피해 아동들에 비해 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자해 행위 등 스트레스로 인한 후천적 정신장애가 발병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에서 도태되거나 타인에 대한 폭력행위로 확대되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찰에서도 아동학대전담경찰관제도(APO)를 운용을 통해 아동학대 관련 범죄 예방에 힘쓰고 있으며, 국민 제보 앱 및 학대 예방 교육을 통해 적극적인 신고를 독려하는 다양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아동학대 범죄는 우리 모두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인식전환과 적극적인 피해신고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미래사회의 인적자원이며,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사회 구성원이다.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부모들은 양육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인식해야 하고 더 이상 아동들이 아동학대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변에 대한 우리 모두의 따뜻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주치는 아동에 대한 당신의 관심 어린 눈길과 용기있는 112신고로 우리 지역의 아동들은 보호받을 것이며, 당신의 관심 어린 눈길과 112신고가 아동학대를 근절시키는 첫걸음임을 기억하자.

괜히 그린 얼굴/김보람

연필을 움켜쥐면/ 풍경이 흘러내린다// 출발도 하기 전에/ 도착해 버린 얼굴// 번지는 테두리들을/ 습관으로 다듬는다// 잘 지내고 싶습니다, 는/ 잘못이 아닙니다// 마침표를 찍으면/ 잠든 표정을 짓겠지만// 뿌리를 산발하고서/ 달려오는 나목들김보람은 김천 출신으로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 등이 있다. 젊음 감각과 실험정신으로 자아와 세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현실적인 해독보다는 복잡하고 미묘한 내면을 탐색하면서 외부세계와의 관계 설정을 꾀하기도 한다.‘괜히 그린 얼굴’은 기존의 시조 문법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발상도 다르고 육화 과정도 차별화를 꾀한다. 시조문단 일각에서 이런 점에 대해서 달리 말하는 이들이 있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익숙한 것에 젖어 지낼 때가 많아 특이한 것, 낯선 것에 대해 거부감을 앞세울 때가 있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다.여러 지면이나 시조 담론의 자리에서 늘 주창하는 것이 있다. 또 다른 목소리의 출현이다. 새로운 목소리의 등장과 더불어 한 사람의 시인이 다른 작품을 쓸 때 새로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도 함유돼 있다. 그는 자연 연령도 젊을 뿐만 아니라 쓰는 시조도 참신하고 개성적이다. 제목부터 다르다. 연필을 움켜쥐면 풍경이 흘러내린다, 라는 표현은 손이 움직여서 저절로 그려지게 됐다는 상황 제시다. 그래서 출발도 하기 전에 도착해 버린 얼굴을 그리고 말았을 것이다. 또한 번지는 테두리들을 습관으로 다듬으며, 잘 지내고 싶습니다, 는 잘못이 아님을 환기하고 있다. 마침표를 찍으면 잠든 표정을 짓겠지만, 이라는 대목도 예사롭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둘째 수 종장은 간절한 그리움에 대한 반어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뿌리를 산발하고서 달려오는 나목들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는 계속 그림이 그려진다는 뜻을 품고 있으면서 보고 싶은 사람을 생각만 하고 있는 화자의 속앓이가 은유돼 있는 것으로 유추해 볼 만하다. 그는 단시조 ‘너에게 나라서’에서도 너에게서 내가 보여 좋은 날이 이어졌다, 라고 진술하면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없지만 다정한 회전목마처럼 둥글게 휘어진 선이 보인다고 노래하고 있다. 너에게서 내가 보였기 때문에 나와 너는 오랫동안 좋은 날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아름다운 사랑 시편이라고 봐도 좋겠다. ‘보고 싶다는 말’에서는 얼어붙은 길들을 끌로 파내고 돌 벽의 입술과 커지는 상상력으로 극이라 생각할수록 정처가 없음을 노래한다. 또한 얼었다 녹는 벌판의 볼륨같이 끝 모르게 뻗어가도 너는 없지만 꽉 쥐면 가득 고여 오는 마음이라는 안감 때문에 보고 싶다는 말이 앞서 나왔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오늘도 길을 잃었나 봐요’에서 돌아가는 길을 익힌 적이 없고 벗어나는 궤도 같이 멋대로 발랄함을 이야기한다. 나라는 예측 불허의 막다른 주소에서 오른쪽을 보면서 왼쪽으로만 걷고 다르다와 틀리다, 잃다와 잊다 사이에서 거꾸로 뿌리를 내리는 물음표들을 포개기도 한다. 감은 눈 또 감으면서 숨바꼭질 놀이도 하고 습관이 된 술래의 생존방식을 안다 할지라도 어디니, 라고 묻는다면 가고 있어, 라고 대답을 한다. 이렇듯 그의 사유는 새롭고, 의미는 좌충우돌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는다.괜히 그린 얼굴이 정말 괜히 그린 얼굴일까?이정환(시조 시인)

대구대공원, 명물로 만들자

대구대공원 조성 사업이 본격화된다.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과 달성토성 복원 등도 함께 이뤄진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연장, 범안로 무료화 등 지역 현안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역의 새로운 명물 탄생을 기대한다.대구시는 지난달 ‘대구대공원 민간특례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한데 이어 오는 2023년 준공 목표로 대구대공원 조성 공사를 진행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토지보상과 함께 본격적인 공원 개발이 시작된다. 1993년 도시계획시설 결정 이후 30년 만의 일이다.대구대공원은 수성구 삼덕동 일대 187만㎡ 규모의 개발제한구역 내 근린공원이다. 이 일대는 대구미술관 등을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개발되지 못한 채 장기 미집행 공원으로 남아 있었다. 대구시는 2017년 일부 부지를 공동주택으로 개발하고 그 수익금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민간공원특례사업’ 방안을 택했다. 이것이 정부의 도시공원 일몰제와 맞물려 수혜 사업이 됐다.이 사업의 핵심은 달성공원 동물원을 대구대공원으로 이전하고, 달성토성을 복원하는 것이다. 달성토성은 1963년 사적 제62호로 지정된 국가 문화재다. 대구시가 1991년부터 복원 사업을 추진했지만 동물원 이전 문제로 벽에 부딪혔다.대구시는 대구대공원에 ‘체험·학습형 동물원’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동물 친화적 생활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이 경험할 수 있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다만 부지 면적의 제한으로 사파리형 생태동물원 조성이 무산돼 아쉬움이 남는다.대구대공원 조성 사업은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부수적 효과도 크다. 그동안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쳤던 ‘범안로 무료화’가 앞당겨지고 ‘도시철도 3호선 혁신도시 연장사업’도 탄력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스마트시티로 조성 중인 수성 알파시티와 연호 법조타운 등 새로운 부도심권 형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대구대공원 개발로 그동안 좁고 노후화된 시설에 동물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달성공원 동물원이 50여 년 만에 이전하게 된다. 인근엔 반려동물 테마공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달성공원이 조성된 후 역사적 가치가 빛바랜 달성토성의 복원 작업도 속도를 내게 됐다. 달성 토성 내에는 문화재가 적지 않다. 발굴 작업을 통해 묻혀있는 문화재도 다시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사적 개발에도 신경 써주길 바란다.대구대공원 조성으로 인근의 대구스타디움, 대구미술관과 함께 2021년 개관 예정인 간송미술관을 연계하는 관광 벨트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대구시는 이곳 일대를 보다 더 짜임새 있게 개발해 대구 시민의 휴식공간이자 자랑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대구의 새로운 명품 공원의 등장을 기대한다.

미안한 마음에 옛날을 돌아본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학년이 바뀌면 담임선생님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학생 실태조사’였다. 질문과 손들기가 20번 이상 반복됐다. 편부, 편모, 조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 관계 조사를 먼저 했다. 그 다음에는 부모님의 재산, 교육 정도, 직업 등을 조사했다. 재산은 자가, 전세, 사글세, 월세 조사에 이어 라디오, 카메라, 재봉틀, TV, 오르간, 피아노, 자가용까지 점차 단계가 높아졌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동네 절반 이상의 집에 라디오가 없었다. 마을마다 유선으로 연결된 스피커만 달아주고 각 방송국의 뉴스와 인기 연속극 등을 듣게 해주는 사업자가 있었다. 우리는 그 집을 방송국이라고 불렀다. 봄에는 보리 한말, 가을에는 나락 한말을 시청료로 냈다. 방송 프로그램을 바꿀 때마다 안내해주는 아가씨도 있었다. 손들기의 압권은 오르간과 피아노였다. 그런 악기가 있다고 손을 드는 아이에게 순간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초등 3학년 정도만 되면 그 친구의 아버지가 육성회 이사가 되리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과수원, 방앗간, 술도가 등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지역 유지 노릇을 했다. 주민 대다수의 직업은 농업이었고, 공무원도 드물게 있었다. 아버지의 직업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하는 일이 있다. 유난히 달리기를 잘하는 친구가 “아버지는 일이 있을 때는 나가시고 없을 때는 집에 계십니다. 우리 아버지 직업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망설이지 않고 ‘그건 막노동이야’라고 답했다. 순간 일그러지던 친구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급의 크고 작은 일들을 지역 유지 자녀에게 맡겼다. 상식 밖의 특혜를 누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지금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나는 부모 학력 조사 때는 늘 마지막에 묻는 ‘무학’에 손을 들어야 했다. 후에 ‘한학’이란 항목이 생겼을 때 엄청 기뻐했다. 아버지가 어느 정도까지 공부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우리를 훈계할 때 자주 공자나 맹자, 명심보감 등을 인용했던 것만 기억한다. 가난한 수재들은 부모의 재산과 직업에 따른 차별에 대놓고 불만은 표하지 않았지만, 그런 과정을 지켜보며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를 뼈에 새겼을 것이다. 헐벗고 굶주렸지만 총명한 아이들은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시험 점수만은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이 개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에 대한 확신이 우리 사회를 활력에 넘치게 했다.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공정한 경쟁이 사라졌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입시에서도 가진 자의 자녀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학생, 학부모가 많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용잡급직으로 떠돌며 아무런 희망도 없이 신음하고 있다. 오죽하면 명문대 출신보다는 결혼할 때 양가집으로부터 집을 물려받거나 전셋집을 지원받는 자가 승자라고 말하겠는가. 그들은 좋은 직장을 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고, 집 없는 자가 월급을 모아 집 사는 일 역시 불가능하다며 어깨를 늘어뜨린다.민주화가 진전된 이후에는 각종 시민단체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조직을 이끌던 사람 상당수는 시간과 더불어 권력의 핵심부나 그 주변에 편입되어 권력의 시녀로 전략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출신 성분에 관계없이 기득권에 편입되고 완장을 차게 되면 이들의 사고는 급격하게 경직된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생결단이다. 상부상조하며 동병상련하는 동지가 없으면 홀로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무서운 자는 시류에 편승하여 위선으로 출세하고는 오만과 독선, 적반하장과 후안무치의 갑옷을 입고 정도와 상식을 무시하며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좌절감과 박탈감을 안겨주는 사람이다. “가진 것 없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원하는 곳에 취직해 집 사고 처자식 부양하며 부모님도 봉양할 수 있었던 부모님 세대가 한없이 부럽다. 라면과 김밥으로 배는 고프지 않겠지만 흙수저는 영원히 흙에 묻혀 살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들의 탄식이 예사롭지 않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