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병원에서 겪는 일들

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명절을 앞두고 성형외과는 조금 바빠진다. 이른바 ‘명절 특수’라고 하는 시기다.코로나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많이 유발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인 모양이다.주말을 끼워 장장 5일간의 연휴가 생겼다. 게다가 코로나로 귀성인파가 줄고 ‘집콕’ 생활을 권장하는 ‘뭉치면 죽고(감염되고) 흩어지면 산다(안전하다)’는 정부의 권장 사항을 좇다 보니 이 기회에 어디론가 움직이기보다 무엇인가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경제 상황이 나빠진 탓인지,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평소보다는 분주한 며칠을 보냈다.명절을 앞두고 수술을 하게 되면 명절 기간 동안 아무래도 환자들이 무사한지 걱정이 앞서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술한 환자들과 시간을 약속해 두고 잠시나마 병원 문을 열어 잠깐 진료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됐다.추석 연휴 중인 어느 고즈넉한 아침, 병원 당직 전화기 너머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원장님 맞으시죠?’ 누구인지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자신이 2년 전에 인중 수술을 했던 아무개 환자라는 소개와 함께 오늘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고 한다.혹시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궁금해 용건을 물어보니, 자신은 수술 결과에 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는데, 며칠 전 다른 병원에서 수술한 어머니의 실밥을 뽑아줄 수 있느냐고 한다.다행히 인연이 됐던지 오늘이 바로 연휴에 나의 수술 환자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오전, 병원 문을 열자 약속했던 수술 환자들이 시간에 맞춰 한 사람, 한 사람씩 들어섰다. 비록 나뿐이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가끔 수술 후 데스크에서 알려준 주의사항을 다 잊어버리고 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로 오기도 하고 멍과 부기가 예상보다 더 심해져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주의사항들은 하나하나 다시 메모해 가면서 되새겨 확인한 다음, 메모한 것을 다시 전달해 주고, 부기와 멍이 심한 환자는 부기가 빨리 사라질 수 있는 주사제를 처방해 주었다. 이들의 상태를 모르고 있었다면, 아마 연휴가 지나고 나서 후회할 일이 생겼을 지도 모를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이런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그들과 추석 덕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 모녀가 병원 문을 들어섰다.어머니와 함께 나를 찾아왔던 아가씨였다. 인중이 길고 윗입술이 얇아 미소를 지으면 윗입술이 입안으로 말려 들어가 잘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속상하다고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인중의 길이를 줄이면 얼굴도 작아 보이고 윗입술도 다시 드러나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인중을 줄이는 수술을 했고, 그 결과도 좋다고 만족해 하던 환자였다.며칠 전 눈 수술을 하고 나서 실밥을 뽑는 날이 다 된 어머니가 수술한 병원이 쉬는 날이라 연락도 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에 화도 나고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해하는 것을 보고 선뜻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는데 다행히 연결이 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다.상처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 실밥을 모두 제거해 주었다. 일단 오늘 방문한 어머니의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함께 온 딸의 상태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몇 가지 사진 촬영을 했다. 수술 전 사진을 찾아 비교해 보았더니, 흉터도 거의 없이 실선처럼 자연스럽고 깨끗하게 치유된 상처가 나의 가슴을 안도하게 만들어 주었다.추석 연휴, 가족 친지들과 반가운 만남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의사인 나에게는 이렇게 수술이라는 작지 않은 인연을 맺은 후,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환자들을 예기치 못한 계기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 역시 좋은 추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명절이 서글픈 사람들…한국게이츠 노동자들, 폐업 공장서 추석맞이

“올 추석은 조상님께 제사를 못 드리게 됐습니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한국게이츠 대구공장 노동자 송해유(50·달성군)씨의 올 추석은 유난히 가슴이 시리다. 한국게이츠 폐업 사태가 벌어진 지 96일째.회사의 일방적인 폐업 통보는 24년차 직장인으로서, 아내와 두 아이의 가장으로 평범하게 살아오던 송씨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송씨 등 25명의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은 불이 꺼진 공장에서 여전히 동료들과 함께 남아 있다. 이번 추석에도 귀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쓸쓸한 추석을 보내야 한다. 함께 투쟁했던 147명의 직원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폐업 통보 후 오랜 투쟁과 생계를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직원들의 차량으로 그득하던 주차장과 족구장, 쏟아지는 물량들을 감당하지 못해 미어터지던 창고는 이젠 텅텅 비어 직원들의 임시 거처지로 전락했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공장 한 모퉁이에서 삼시세끼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공기도 탁한 공장 안에서 팔레트 몇 개를 겹쳐 높이를 맞춘 후 대충 이불을 깔고 잠자리를 대신한다. 몇몇 직원들은 딱딱한 바닥과 앞으로 살아 갈 걱정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세 달이나 지났지만 송씨는 폐업 통보를 받았던 지난 6월26일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날 협력업체들로부터 들어온 물건들을 정리 중이었다. 갑작스레 폐업 통보를 받으니 아무도 믿지 않았다”며 “마치 꿈꾸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아무런 조짐도 없었고, 직원들에게 한마디의 귀띔도 없이 느닷없이 폐업을 통보하는 회사가 대체 전 세계에 어디 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공장 안은 불이 꺼져 적막감만 가득하다. 예년 같았으면 추석 명절 물량 주문이 쇄도해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기계들도, 직원들의 수다로 왁자지껄하던 식당의 분위기도 이젠 그리움 속의 추억이 됐다. 송씨를 비롯한 남은 직원들이 퇴직을 거부하고 끝까지 투쟁을 하고있는 이유는 ‘억울함’이다. 그는 “회사가 진정 어렵다면 경영 차원에서 폐업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한 해 수십 억 흑자를 내면서도 폐업하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저는 사실 퇴직금 받고 나가면 끝이지만, 고작 입사한지 4~5년 밖에 안 되는 젊은 사원들은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선배인 우리가 그들에게 힘이 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송씨에게 지금의 일상은 평생 처음 해보는 일이다. 하루 일과의 전부를 폐업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활동에 쏟고 있다. 추석을 이틀 앞둔 29일에도 오전 10시부터 대형마트 인근에 나가 시민들에게 부당함을 알렸다. 낮 12시부터는 울산에 내려가 현대차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했다. 하지만 두려운 것은 이번 사태가 점점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송씨는 “다른 집회에 집중하기 위해 시청 앞 농성을 풀었더니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신다”며 “대구시나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줬지만 지난 6월26일 이후 지금까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이들의 활동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멈추지 않는다.명절 연휴까지 반납한 직원들은 고속도로 휴게소, 시내 등 사람들이 몰릴 곳에 나가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송씨는 “이번 사태는 해외 기업이 국내로 들어와 단물만 빼먹고 가버리는 전형적인 행태”라며 “앞으로도 우리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안을 꼭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제사를 거른 적이 없었다”며 “지난주 벌초를 다녀오며 어머니께 미리 추석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께서도 그저 힘내란 말만 하시더라”고 말하며 참아왔던 눈물을 훔쳤다.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명절 분위기 안 나네”…코로나에 자취감춘 대구지역 추석 행사

코로나19 여파로 대구지역 추석맞이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올 추석은 고유의 명절 분위기를 찾기 힘들어졌다. 예년 같으면 지역 곳곳에 열리는 풍성한 행사로 시민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지만 올해는 거의 모든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면서 썰렁한 모습이다. 이로 인해 추석연휴 동안 고향에 안가는 대신 다양한 공연·전시장을 찾으려 했던 시민들은 추석연휴 문화를 즐기기 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추석맞이 문화행사로 운영해 온 체험부스, 문화공연 등을 올해는 모두 취소했다. 대신 가정에서 즐길 수 있도록 ‘체험 패키지’를 나눠주기로 했다. 다음달 5일만 휴관하는 대구미술관은 사전 예약제로 진행한다. 시간별로 1일 모두 4회 입장할 수 있으며, 회당 50명을 한정해 하루 200명만 입장 받는다.전시 설명 프로그램도 사전예약한 선착순 10명에게만 제공한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대면으로 진행됐던 각종 이벤트 역시 올해는 온라인으로만 가능하다. 순환버스도 운행하지 않는다. 주요 도심공원과 동대구역 광장에서 펼쳐지던 다양한 명절놀이 체험행사도 없어졌다. 대구시설공단은 명절때 마다 도심공원에서 투호 던지기, 윷놀이 등 민속놀이 체험행사를 열고 전통 차 마시기, 풍물놀이, 마술, 무용 공연 등 귀성객과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올 추석 연휴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탓에 체험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귀성객들로 유동인구가 넘쳐나던 동대구역 광장에서는 국악연주 등 문화행사와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펼쳐졌지만 이 역시 취소됐다. 29일 동대구역에서 만난 귀성객 김모(37)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동대구역에 도착만 해도 벌써 마음이 들떴었는데 올해는 명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다”고 말했다. 시설공단은 나드리콜(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차량이용 서비스) 및 대신지하상가에서 귀성객과 노약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해 짐을 운반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모두 취소했다. 지역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명절 전 이주 여성을 위한 행사를 열면서 명절이 다가왔음을 알렸지만, 올 추석에는 비대면으로 명절음식 및 전통놀이키트를 배부한 것이 전부다. 8개 구·군청의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도 모두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국립대구박물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박물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관람객들을 위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체험 패키지를 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게 됐다”며 “명절마다 진행되는 행사준비로 바빴는데 올해는 다소 한가해 적응이 안 된다”고 말했다.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다문화가족, 명절키트로 따뜻한 추석 보낸다

대구시는 추석을 맞아 따뜻하고 건강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명절음식 키트를 제공했다. 대구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접촉을 최소화한 비대면 방식으로 다문화가족들이 지역에 머물면서 가족단위의 건강한 추석나기를 위해 마련한 이벤트다. 지역 내 8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구군별 1개소)를 중심으로 다문화 600여 가족에 명절음식 키트를 지난 25일까지 배부를 마쳤다. 명절음식 키트는 전을 등 전통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재료 9가지로 구성됐다. 코로나19로 방문하지 못한 고향의 부모님과 영상통화, 가족과의 명절 사진 등 참여가정의 사진, 영상 등을 SNS를 통해 접수받는다. 사진 등을 올린 가정에는 깜짝 선물을 준다. 한편, 대구시가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올해 고향방문 계획 등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92명 중 22명(2.8%) 만이 방문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0명(18%)에 비교하면 큰 폭을 줄었다. 대구시 박재홍 여성가족과장은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마음을 나눈다면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이번 명절음식 키트를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영진전문대, 외국인 유학생 300여 명 추석맞이 한국 명절음식 체험

영진전문대학교(총장 최재영)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300여 명이 최근 온라인 실시간 생중계로 진행된 ‘한국 명절음식 만들기 체험’에 참여했다.이 대학교 국제교류원은 추석을 맞아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명절 음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백파더 프로그램’을 온라인 실시간 쌍방향 방송으로 진행했다.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숙소에 머물며 사전에 대학서 배포한 식재료를 활용, 경단과 만두국을 실시간 쌍방향 방송을 보며 조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하는 차원에서다.체험에 나선 바자르바에바 사노바르(우즈베키스탄·컴퓨터정보계열) 학생은 “한국에 2년 살았지만 이런 행사에 처음 참석했다. 맛있는 만둣국 요리 방법을 알게 돼 좋았고 조리가 즐거웠다”면서 백파더 같은 행사가 또 있으면 꼭 참석하겠다고.중국출신 리치솽(19, 경영회계서비스계열) 학생은 “한국 음식인 경단과 만두국을 교수님 안내에 따라 만들고 맛을 보았다. 만드는 게 재미있고 맛도 좋았다”고 말했다.일본서 유학 온 야마모토 아유(호텔항공관광계열) 학생 역시 “오늘 한국문화를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경단은 잘 된 것 같은데 만두국은 좀 아쉬웠다.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했지만 다음은 직접하고 보면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한편 영진전문대에는 이번 2학기에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동유럽 출신 등 외국인 유학생 340여 명이 재학 중이다.특히 이 대학교는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수학대학 사업(GKS사업)’에 6년 연속 선정, 교육부의 교육국제화역량인증(IEQAS, 2018~2021년)에 선정됐다.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거리두기 시대의 추석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여명 속으로 차를 몰았다.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 연장을 챙겨 선산으로 향했다. 들판은 누르스름하게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단풍도 어느새 울긋불긋 물이 들었다. 바이러스와 정신없이 싸우는 동안에도 자연은 인간들이 착실하게 추석을 맞이하라고 준비를 다 해주고 있나 보다.몇 밤만 자고 나면 중추절이다. 떡방아 찧는 소리 속에 추석이 다가온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30여 년 전 내가 갓 결혼했을 때만 해도 집에서 송편을 빚었다. 그해 나온 햅쌀을 물에 불려 깨끗하게 씻어 건져 물기가 빠지면 떡 방앗간에 가지고 갔다. 그곳에서 하얀 쌀가루로 갈아 집으로 가져오면 숙모님들은 반죽해서 모두 둘러앉아 밤이 이슥할 때까지 도란도란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저마다의 소원을 담아 예쁜 송편을 빚었었다. 햇과일과 햇곡식을 조상에게 바치며 정성껏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추석, 둥그런 보름달이 떠오르면 누구보다 먼저 그달을 보면서 가슴 속에 품었던 이루고 싶은 소원을 간절히 빌곤 했다. 어린 시절엔 무던히도 기다려지던 명절이었건만 세월이 무심하게 흐르면서 세태도 변해가고 또 그때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그에 대한 기대도 의미도 엷어져 간다.송편을 잘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고 정성을 다하던 이들도, 솔향기가 솔솔 떡에서 나도록 넣어보자며 솔잎을 따오던 분들도 이제는 모두 저세상으로 가셨다. 양가 부모님 모두 안 계시는 추석 명절이라서 이번부터는 간편하게 지내기로 했다.더구나 올해에는 코로나로 인해 다 함께 모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정부 정책에 동참하는 의미에서라도 간략하게 보내면 어떨까 하는 안을 내게 됐다. 명절이 돼서야 서로 얼굴을 만나는 형제자매들이라 그래도 추석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벌초를 함께 하기로 했다. 조상님 산소를 살피고 단정하게 풀을 깎아 추석달이 떠오를 때 기분 좋게 지내시게 하면 후손들의 마음이 그래도 편하지 않겠는가. 벌초하는 날을 어렵사리 잡았다. 오고 가는 거리를 생각해 덜 밀릴 것으로 생각하는 날을 받아서 예초기 날을 갈고 낫을 찾고 갈퀴를 챙겨 산소로 향했다. 새벽의 도로는 어둑할 때부터 붐비기 시작이다. 너도나도 추석 전에 성묘하러 가는 모양이다. 길에서 둘러보니 도로 옆으로 늘어선 메타세쿼이아에도 갈색 빛이 내려오고 있다. 희뿌옇게 터오는 동녘 하늘에 새 떼들이 한가로이 무리 지어 날아가고 있다. 마치 조상의 흔적을 찾아 돌아보듯이.풀이 수북하게 솟아오른 산소를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탄가스를 넣어 사용하는 예초기에 4개째 가스를 교환할 때쯤 서울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한 동서와 조카가 도착했다. 시누이도 정성스레 대게를 삶아왔다. 각자 정성껏 챙겨온 음식을 펴놓고 향을 피워 조상께 차례 인사를 올린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덜 붐비는 시간에 벌초하는 시간에 벌초 겸 성묘 겸 모시게 됐다고 남편이 아뢰었다. 두 번 엎드려 절하고 술을 한 잔씩 모두 돌아가며 올린 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조상님들 편안히 지내시기를 기원했다.명절은 늘 바쁘게 동동거리면서도 문득 멈춰서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깜빡 잊고 있었던 이들을 떠올리게 되지 않던가. 서로 서로 얼굴 마주하고 그동안 못다 한 정을 듬뿍 나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느 고향 마을에 붙어 있다던 문구에도 있지 않던가.“불효자는 ‘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찾아 가 자칫 코로나라는 무서운 역병을 전해줄 수도 있으니 마음은 늘 가까이 있더라도 이번 추석만은 몸은 멀리해야 할 것 같다. 늘 자식들을 그리워할 부모님이지만, 어쩌겠는가. 멀리서 안부 전하며 그리움을 마음 밭에 묻어 둬야 하지 않겠는가.하산하는 길가에 어디서 날아와 뿌리 내려 피어났을까. 가우라가 활짝 피어 바람에 살랑댄다. 논두렁에는 노랗게 피어난 커다란 돼지감자꽃이 큰 몸짓으로 흔들거린다. “나도 여기 있어요. 여기 서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지키고 있었다고요”라고 외치는 것 같다. 노란 꽃을 본 조카가 아는 꽃이 나왔다며 환하게 웃는다.“제가 아는 유일한 꽃이에요. 저것은 바로바로 ‘코스모스’에요.”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살펴 가라고 손짓하는 듯한 묘소들을 뒤로하고 내려오며 거리두기 시대의 추석을 생각한다. 어쩌면 코로나 이후의 명절 풍경은 이렇게 변해갈지도 모르겠다고.명절이 다가온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그리운 이들에게 따스한 안부를 전해보자. 얼굴 뵈러 가진 못하지만,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서 밀린 정 듬뿍 나눌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올 추석엔 울릉도 뱃길 증편·할인 없다

이번 추석 명절에는 울릉도 가기가 어려워진다.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여객선 증편이 중단되고 운임 할인도 안 되기 때문이다.경북도는 24일 울릉군과 여객선사 등과 협의를 통해 명절 연휴 때마다 해온 울릉항로 여객선 증편을 하지 않고 귀성객 운임 30% 할인도 이번 추석에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추석연휴기간 운행되는 정기 여객선과 승객에 대한 검역도 한층 강화된다. 여객터미널과 여객선 이용객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발권도 좌석을 한 칸씩 비우는 한편 울릉도에 도착해 내릴 때 발열을 재확인, 고체온자는 격리 조치된다.경북도는 지난해 추석 연휴기간 포항과 후포에서 울릉항로 여객선을 이용한 인원이 7천 명인 것을 감안, 올해는 3천~4천 명 선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울릉도 관광객은 8월말 현재 13만4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30만2천 명)의 45% 수준에 그쳤다.김성학 경북도 해양수산국장은 “연휴 기간 울릉도를 방문하더라도 독도에 갈 수도 없고 코로나19로 여러 제약이 많다”며 다음 기회 방문을 당부했다.한편 울릉도와 독도 운항 여객선은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접안시설 복구공사가 완료되는 다음달까지 운항이 중단된다. 운항 여객선도 독도는 선회관광으로 대체, 관광객 입도가 금지되고 있다.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코로나 속 추석 명절 이색 풍속도-현수막…인사말도 비대면 당부

코로나19 여파 속 추석 명절을 맞아 예년과 다른 이색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도심에 걸린 인사·안부 현수막이 평소 명절보다 훨씬 줄어들어 썰렁한 모습이다. 거리에 게시된 명절 인사말도 현수막의 내용이 예년과 확 달라졌다. 예년에는 고향길 잘 다녀오라는 내용이 대부분 이었지만, 올해는 ‘언택트’를 강조하며, ‘건강’을 챙기라는 글귀로 바뀌었다. 24일 오전 8시께 출근 차량과 유동인구가 넘쳐나는 대구 중구 남산동 계산오거리 앞.오거리 곳곳에 붙여진 현수막 중 명절 인사 현수막은 고작 2개가 전부였다. 중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예년 명절의 경우 많게는 10개 가량의 명절 인사 현수막이 내걸린다고 한다. 이외 수성구 황금네거리, 달서구 두류네거리 등 유동인구와 차량이 많은 주요 도심 교차로에도 마찬가지. 통상 명절마다 주요 교차로에는 공공기관 뿐만 아닌 상업용 홍보를 위해 너도나도 현수막을 내걸며 불법 현수막까지 동네 곳곳에 나붙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추석은 코로나로 인해 마치 눈치게임(?)을 펼치는 듯 조용한 분위기 속에 명절 인사 현수막을 걸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더욱이 명절 인사 현수막이 2개 이상 함께 붙어있는 경우도 드물었다. 게다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지역 국회의원이 지역민에게 인사를 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전부다. 중구청 도시재생과 광고물관리팀 담당자는 “코로나 영향이 크다. 예년에 비해서 확 줄어든 편이다”며 “코로나로 인한 조심스런 분위기로 상업용 현수막은 모두 사라지고 관공서에서 게시한 것이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내걸린 명절 현수막의 인사말도 바뀌어 눈길을 끌었다. 예년의 경우 명절 인사말은 ‘고향길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등 밝고 활기차며 방문을 환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올 추석에는 ‘건강한 마음으로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 ‘전화로 행복을 전하세요’, ‘떨어져있어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등 비대면을 강조하고 건강을 염원하는 문구가 주를 이뤘다.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분위기와 매우 다르다. 코로나로 엄숙해진 분위기 속 멘트도 대체로 담백하고 무난하며 홍보성 용도가 없다”며 “코로나가 명절 풍속도를 확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